인터넷으로 에어컨 구매하면 설치는 어떻게 하나요?

인터넷 최저가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현실

지난여름 유난히도 더웠던 어느 날 밤이 떠오르네요. 자려고 누웠는데 등에서 땀은 흐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스마트폰을 켰거든요. 쇼핑몰에 들어가니 세상에나 오프라인 매장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의 에어컨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이 정도면 거저다 싶어 바로 결제 버튼을 눌렀는데 그게 고생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며칠 뒤 기사님이 방문하셨을 때 제가 마주한 청구서는 기계값의 절반에 육박하는 설치비였거든요.

에어컨-구매-설치

저처럼 인터넷으로 에어컨을 사면 무조건 싸게 산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지만 실제로는 물건값보다 설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가 훨씬 많더라고요. 단순히 택배 상자를 뜯어서 코드만 꽂으면 되는 가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매 화면 하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적힌 기본 설치비 포함이라는 문구만 믿었다가는 현장에서 기사님과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발생하기 십상인 거죠.

기본 설치비 무료라는 달콤한 말에 숨은 함정

인터넷 상세 페이지를 보면 기본 설치비 포함이라는 문구가 눈에 잘 띄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여기서 말하는 기본이라는 범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좁더라고요. 보통은 배관 5미터 정도에 벽 타공 한 번 정도만 무료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구축 아파트나 빌라에 사는 분들이라면 배관이 5미터로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배관이 길어지면 얼마나 길어지겠어 생각했는데 베란다를 지나고 실외기 거치대까지 나가다 보니 금세 7미터 8미터가 훌쩍 넘더라고요. 미터당 추가되는 배관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실외기를 놓을 앵글이 없다면 그 비용도 별도로 발생하고요. 이미 앵글이 있더라도 위험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추가금이 붙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현장에서 기사님과 실랑이하지 않으려면 확인해야 할 것들

에어컨 설치 기사님이 도착하기 전에 우리 집 구조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게 무엇보다 좋습니다. 저는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기사님이 부르는 게 값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미리 표준 단가표를 확인하고 기사님과 상담을 시작하니 대화가 훨씬 수월해지더라고요. 아래 표는 제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정리한 주요 추가 비용 항목들이니 참고하면 좋습니다.

추가 항목내용 및 주의사항
배관 연장기본 제공 배관 초과 시 미터당 부과되며 동관인지 알루미늄관인지 확인 필요
실외기 거치대외부 난간에 앵글을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 앵글을 재사용할 때 발생
가스 충전배관이 길어지면 냉매를 추가로 넣어야 하며 완충인지 보충인지에 따라 다름
타공 및 매립 배관벽을 뚫는 횟수나 매립 배관 세척 비용이 발생하는지 체크
위험 수당2층 이상 고층에서 외부 작업을 할 때 기사님의 안전을 위해 청구됨

배관 세척 비용 같은 경우는 매립 배관을 사용하는 신축 아파트에서 주로 발생하는데요. 이전 거주자가 쓰던 이물질이 남아 있으면 새 에어컨 고장의 원인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상술인 줄 알았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기계를 오래 쓰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런 비용들이 현장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면 당황스러우니 미리 판매처에 문의해서 단가표를 받아두는 게 현명한 방법인 거죠.

제조사 직영 설치와 사설 대행업체 중 무엇을 선택할까

인터넷 쇼핑몰마다 설치 주체가 다른데 이게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삼성이나 LG 같은 제조사에서 직접 기사님을 보내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일반적인 설치 대행업체를 연결해 주는 곳도 있거든요. 제가 경험해보니 제조사 직영은 예약이 좀 밀릴 수 있어도 설치 비용이 정찰제에 가깝고 사후 관리 면에서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반면 대행업체는 기계값을 정말 싸게 올려놓고 설치비에서 수익을 남기려는 경향이 종종 보였습니다. 물론 모든 업체가 그런 건 아니지만 가격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낮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 거죠. 저도 한 번은 너무 싼 곳에서 주문했다가 설치 당일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용을 청구받고 주문을 취소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날린 시간과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차라리 처음부터 제값을 주더라도 믿을 만한 곳을 고르는 게 낫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이것 하나만큼은 꼭 기억하세요

에어컨 구매를 앞두고 계신다면 기계값만 보지 마시고 우리 집 설치 환경을 사진으로 찍어서 판매처에 미리 상담받는 과정을 거치길 바랍니다. 베란다 구조와 실외기 위치를 보여주면 대략적인 추가 비용을 미리 가늠할 수 있거든요. 현장에서 기사님과 금액을 흥정하는 건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심한 일입니다.

제가 겪어보니 결국 에어컨 설치는 신뢰의 문제더라고요. 너무 싼 가격에만 현혹되지 마시고 설치 후 문제 발생 시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하셔서 시원하고 쾌적한 여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제대로 된 곳에서 제대로 설치받는 것만큼 든든한 일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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